타이밍으로 알아보는 군단의 심장 테란 대 프로토스전 안티 올인

 

1. 개요

오랜만의 포스트군요. 래더는 아직도 완전 혼돈의 카오스던데, 잘들 풀리시는지요? 전 오랜만에 빨갛게 수놓아 버렸네요. 특히 역상성전은 랭크를 막론하고 그 중에서도 힘든 부분임이 확실하죠. 군단의 심장으로 넘어옴에 따라 테란 대 프로토스전의 초반 전략선택 주도권은 프로토스에게 완전히 넘어왔습니다. 자유의 날개 시절 탐사정 정찰하면 딸랑 병영 하나와 보급고 둘만 보고 쓸쓸히 탐사정의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프로토스는 이제 정반대로 관문과 인공제어소 그리고 두 개의 융화소만으로 테란에게 똑같은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게 되었죠. 객관적인 타이밍 상의 몇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토스의 날빌을 판별하는 능력을 길러 봅시다. 본 포스팅으로 유통기한 없는 운영형 테란을 구사하는 데많은 도움이 될.. 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 미사일 포탑은 왜 지어지지 않는가. 

'Snowball' 이라는 표현의 뉘앙스가 적절한지는 분명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엔 정말 폭넓게 사용되는 용어인 만큼 그대로 차용하기로 합시다. 후반 운영에 굉장히 능숙한 테란의 경우, 집중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발달된 뇌능력 등이 물론 중요하겠습니다만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의 특징을 하나 꼽자면 배제에 굉장히 능숙하다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로들은 심지어 중요한 경기에서조차 배제를 과감히 시전합니다. 심지어 제2 멀티에 대한 광전사 견제까지 배제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이죠. (제가 프로급이 아니여서인지, 이건 별로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만 ㅠㅠ, 변현우 선수 제발 벙커 좀 지어요!) 이건 뭘까요. 과연 단순히 큰 이득을 얻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박수를 던지는 걸까요?

흔히들 '무적의 빌드는 없다' 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어떤 빌드든 카운터는 있게 마련이고, 운적인 요소에 의해 크게 카운터맞는 빌드일수록 성공했을 때의 리턴은 큽니다. 역도 성립하죠. 일부 종족 매치업에서 무상성에 가까운 빌드가 종종 발견되곤 하지만 이런 빌드의 경우는 최근의 게임메타상 카운터빌드가 자주 사용되지 않거나(ex, 테테전 15가스 반응로 더블의 경우 카운터는 1병영 노가스 더블입니다.) 피지컬이 상대보다 우세하다는 전제 하에 카운터빌드를 맞을 때의 데미지를 전술적인 부분에서 상쇄시킬 가능성을 내포한 경우에나 간신히 '무상성' 칭호를 획득합니다. 모든 빌드를 다 대비하면, 역으로 모든 빌드에 다 질 뿐이죠. 배제는 이러한 '빌드의 역설' 을 전제하여, 가장 안전하면서도 강력한 최적화를 만들어내는 플레이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노벙커는 쓰로잉이 아니라 가장 이기고 싶다는 의지가 간절하게 표현되는 플레이이기도 하죠. 그래서 더 멋진 걸지도요.

물론 프로들 간의 경기에서 배제는 약간 더 극단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멀티 2가스를 보았음에도 점추인지, 암흑기사인지, 예언자인지를 판별하지 못한 시점에선 당연히 포탑을 짓는 게 맞습니다. 3가지 경우의 수 중 2가지를 포탑으로 막을 수 있으니까 확률상 짓는 게 당연히 맞죠. 그러나 프로들은 기본적으로 피지컬에 자신이 있어서인지(개인적으로 이런 사고 메커니즘은 참 마음에 듭니다. 상대도 똑같은 프로 간의 경기인데 본인이 피지컬에 우위가 있다는 확신이라니! 멋짐 ㅠㅠ) 안 짓습니다. 대신 현 시점에서라도 판별하려는 시도를 하죠. 그러한 패기와 행동력은 종종 게임을 뒤집어 버리는 엄청난 이득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다음은 2013 WCS 시즌 2파이널 8강전 윤영서(T)와 정윤종(P)선수의 첫 경기 리플레이입니다.

1 - Rain vs LiquidTaeJa (Derelict Watcher TE) W-LiquidTaeJa.SC2Replay

정윤종 선수의, 기선제압의 의도가 다분히 담긴 530예언자를 칼같이 해병으로만 수비해낸 윤영서는 포탑 지을 돈을 아껴 조금 더 빠른 자원 활성화와 반박자 빠른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게 되고, 결국 13분 중반에 +3/+2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윤영서 선수의 병력은 기적같은 고위기사 수비를 보여준 정윤종 선수의 프로토스 병력을 힘으로 꺾어 누르며 승리하면서 이는 이후 일방적인 스코어의 발판이 됩니다. 이 정도면 정말 성공적인 스노우볼링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겠죠. 이래서 포탑을 안 짓는 거군요!

 

3. 운영의 핵심은 배제, 그렇다면 배제의 근거는?

(시기적절한) 정찰입니다. 엇.. 답이 벌써 나왔네요. 그럼 이 문단은 이걸로 끝일까요? 그러고 싶지만 질문이 하나 더 남네요. 그럼 대체 정찰을 어떻게 한다는 거죠. 간단한 몇 가지 프로토스 타이밍 자료를 하나 보죠.

2:45 13관문 건설완료

3:02 전진2관문 첫 광전사 생산 완료
3:35 인공 제어도 건설 완료
3:40 일반적인 정윤종류 1관문 더블 건설시작

5:10~5:30 전설의 510 예언자 진입가능시각.
5:30 2추+모선핵 압박 도착시각

6:00 보통의 군단의 심장류 4차관 도착시각
6:45 빠른 암흑 성소 완성가능시각

7:00 2베이스 예언자 생산완료
7:30 빠른 암흑기사 드랍 도착가능시각
7:00~7:30 1베이스 모점추 도착시각

9:30 일반적인 경우 첫 거신 완성
11:00 원이삭류 광전사/집정관 올인 도착시각

12:00 2베이스 거신점추 올인 도착시각

시간대로 정리한 프로토스의 일반적 올인 카드들입니다. 빌드가 원활히 최적화 되었다는 가정 하에 작성된 자료이므로 빌드 최적화가 완벽하게 정형화되지 않은 다이아 이하 하위 리그에서는 신빙성이 없을 수 있으나, 그렇다면 역으로 본인이 최적화한다면 뭐가 와도 막을 수 있으므로 너무 상심하지 맙시다. 그 편이 더 쉬우니까요.

자, 12병영 완성후 혹은 생더블의 경우 16타이밍에 서치를 보냅시다. 둘의 타이밍은 거의 같아요. 여기가 첫번째 갈림길입니다. 앞마당이 있나요?

1. 네, 있네요

1-1. 있는데 거의 지어졌거나 완성됐어요.
:생더블입니다. 사신으로 혼내주세요. 생더블 출발의 경우 가스 미루고 3번째 사령부를 지어도 안전합니다.

1-2. 아직 소환 중이에요
:일반적인 정윤종류 1관문 1가스 더블입니다. 5분쯤 스캔하거나 추가정찰해서, 로봇공학시설과 추가2관문이 정상적인 타이밍(각각 4:55~5:05, 5:30~5:45)에 지어지는지 확인합니다. 없거나 빠른 2제련소 혹은 황혼 의회를 볼 경우 거신 생략 고위기사 트리로 집정관/광전사 올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이후 추가정찰로 판별합니다.

 

2. 헉, 없네요.


: 본진으로 쑥 들어갑니다. 들어가서 프로토스 본진을 쓱 둘러봅니다. 연결체 마나량을 쓱 봐주시고, 관문이 있는지 확인한 후 인공제어소도 있는지 확인합니다. 융화소의 갯수와 유무까지 확인한 후 몇 기가 캐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봅시다. 3번째 수정탑이 지어지는지까지 체크해준 후 건설로봇은 미련없이 나와도 됩니다.

2-1. 융화소는 두개고, 둘씩 캐고 있어요.
-일반적인 15 투융화소 더블입니다. 모선핵 추적자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한 후 앞마당을 소환할 확률이 높습니다.

2-2. 융화소는 두개고, 셋씩 캐고 있어요.
-3번째 수정탑 유무를 무조건 체크해줍니다. 당연히 끊길 확률이 높으니, 미리 건설로봇을 하나 더 보내줍니다. 이 친구가 암흑기사와 점멸 추적자를 판별해 줍니다. 3번째 수정탑이 없으면 당연히 밖에 있겠죠. 사신 더블의 경우 공학 연구소 지어줍니다. 생더블의 경우 3번째 병영이 빠르다면 조금 더 테크니컬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앞마당 사령부를 그냥 놔두고 본진으로 올라오는 입구에 벙커를 지으며 날아오는 예언자를 5기 이상의 해병으로 맞이해줍니다.

 

3. 5분 30초까지 예언자가 안 와요

: 우주관문은 아닌 걸로 결론내리고 추가정찰 여부에 따라 판별합니다.

3-1. 4분 50초에 앞마당을 소환했어요
-빠른 암흑기사일 확률이 99%정도 됩니다. 암흑 성소는 6:45에 완성되고 7분 이전에 우리 집 쪽으로 진입합니다. 진입로에 포탑을 지읍시다.

3-2. 앞마당이 5분 넘어서까지 없어요
-암흑기사는 머릿속에서 지웁니다. 불멸자 올인 혹은 모선핵 점멸추적자 올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점멸추적자의 경우 황혼의회를 눈으로 확인해도 암흑기사와 막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려워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둘은 7분을 전후해서 들어오지만 4분 50초 앞마당 추가정찰로 완벽히 판별할 수 있습니다. 모점추와 불멸자 올인은 다르지만, 포탑에 낭비되는 돈이 없는 것만으로도 막을 확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3-3. 4차관이 왔어요. 어떡하죠?
-침착하게 벙커를 수리합니다. 꽁승입니다.
 

4. 무난히 2베이스 대결구도로 넘어갔어요. 그 다음엔 어떡하죠?

: 9분 30초에서 10분 사이에 프로토스 병력구성을 봅니다. 보통의 경우 이 타이밍은 생더블 스타팅이든, 사신더블 스타팅이든 테란이 압박을 나가는 시점이므로 해병 한기를 입구에 툭 던지며 병력구성을 확인해줍니다. 9분30초에 보통 첫 거신이 나오고 이후 30에서 45초 이내에 두 번째 거신이 등장합니다. 프로토스의 6가스 지역으로도 해병 한기를 세워둡니다.

4-1. 6가스에 연결체와 수정탑을 소환해요
-프로토스는 올인을 감행할 생각이 없습니다.

4-2. 6가스 의도는 없어 보이고, 거신은 있어요.
-모종의 2베이스 거신올인에 대비하는 방법은 다수 바이킹입니다. 의료선 다 취소하고 바이킹을 모아주세요. 보통의 경우 지금쯤 추가 우주공장을 지었거나 거의 완성되었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병영 반응로라도 뺏어서 바이킹을 모아줍시다.

4-2. 6가스 의도도 없어 보이고 거신도 없어요.
-선 고위기사 테크일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 타이밍에 짜내는 프로토스 병력은 평지에서 만나면 못 이길 수준입니다. +2/+2 업그레이드가 일방적으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해병으로 시야만 확보하고 병력을 좀 물리거나, 조심스럽게 드랍 공격을 시도해 봅니다. 광전사/집정관 올인 공격의 경우 사이오닉 폭풍은 없습니다. 그러나 드랍 공격의 경우 환류를 조심해야겠죠.

 

5. 무난히 6가스 대결 페이즈로 넘어갔어요.

: 축하합니다! 이후부터는 테란의 병력구성이 일방적으로 붕괴되지 않는 한(ex, 갑자기 딴데보는 사이에 뭉친 바이킹이 다 죽음) 미드 억제기까지.. 아니 병영까지 일방적으로 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물론, 이 험난한 과정을 뚫고 운영 대결로 넘어갔지만 프로토스는 6가스 이후가 사실 더 무섭다는 게 함정일까요. 여튼 이후엔 공격에 대한 기회비용을 안고 들어오는 식의 '올인러시'는 없을 겁니다. 사이오닉 폭풍과 거신은 건재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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